너 이제 영어 잘하겠구나~

Posted 2009. 5. 9. 09:41

정확히 2003년 12월 11일에 유타주 솔렉공항에 내렸다.
이제 5년하고도 5개월이 되었다.
그동안 유타 프로보라는 곳에서 4개월 살고, 아이다호주 렉스버그라는 곳에서 2년반을 살고,다시 유타주 솔렉시에서 4개월, 그 다음 아래로 30분거리인 리하이라는 동네에서 2년째 거주중이다.

5년반이 되도록 내가 영어환경에 노출된것은 아이다호에 살던 2년반.
그것도 일주일에 딱 한번 가는 교회.
가면 입 딱 닫고 인사만 하고 집에오는정도.

그 전후는 몽땅 한국친구와,한국교회와, 한국 쇼프로를 보면서 살았다.

영어를 좀 하는 줄 알았던 내가 얼마나 교만했는지는 공항에 내린순간부터 깨달았다.

그래도 내가 중학교를 다녔던 80년대 중반은 중학교부터 영어를 배우는 시기였어서, 이미 알파벳을 떼고, 영어책을 읽을 줄 알았던 난 영어 "좀"하는 아이로 친구들에게 통했었고, 그래도 그렇게 못하는 공부 중 영어 성적은 맨 윗쪽에 있을 수 있었다.

허나, 고등학교때 만난 맨투맨과 성문기본영어라는 문법책은 나를 영어에서 멀게 만들었고.. 미국에 올때까지 영어라는건 잊고 살았었다.

영어와 아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집으로 시집을 와서(시아버님은 대한항공 알래스카지점장역임,시누는 대만에서 초등학교 졸업, 한국서 중학교,미국에서 고등학교,대학 영문과,미국에서 영문학석사,아주버님도 역시..그래서 무역 바이어로 수년간의 경력, 남편은 영화번역일) 더 깨갱하고 살았었고..

난 미국에서 1년정도 살면 영어는 저절로 하는 줄 알았다.

지금도 한국에 계신 수많은 지인들은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그 생각을 이해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한대 콩 때려주고 싶다.

그넘의 영어는, 미국이건 한국이건 내가 나서서 노력하지 않으면 실력이 는다는건 어림반푼어치도 없는 말이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이 접하기 쉬운 환경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접하는것도 내가 나서서 노력하지 않으면 아니올시다다.

그동안 고작 한다는건 쇼핑영어뿐이고, 여전히 영화는 잘 안들린다.
그냥 디즈니 애들 만화정도나 좀 편한수준이랄까... 아 창피하다.

살면서 점점 느는 생각은 '난 학교에서 영어를 잘못배웠구나'이고, 아이들과의 영어실력은 점점 격차가 벌어질 뿐이다.

학교다녔을때 문법에 아주 젬병인지라.. 이런게 티가 날때는 작문을 할때다.
영어로 일기를 쓰거나, 편지를 써야할때 아주 난감해진다.
문법의 중요성이 확 올라오는 순간이다.

물론, 한국의 영어교육은(지금도 그런지 모르지만)문법에 너무 치중한게 문제다.

어린아이들은 파닉스를, 그리고 회화를 중점으로 하면 되고, 좀 크면 거기에 문법을 적당히 버무리는게 좋다는 개인적인 생각인데 우리나라는 처음부터 읽기와 문법을 너무 강요한다.
질려버리는데 직방인거 모르나.

여기와서 느낀건, 정말 파닉스가 중요하구나다.
파닉스를 알아야 애들이 혼자 책을 읽고 발음을 터득한다.

한국에서 독서를 중요하게 생각하듯, 여기도 책읽기를 어마어마하게 중요하게 생각한다.

리딩을 잘해야 라이팅도 잘하고, 어휘력도 늘고,수학도 잘하는 학생이 되기 때문이다.

1년에 몇번씩 책읽기를 강조하는 이벤트를 여러번하고, 책을 많이 읽는 아이에겐 상도 준다.

얼마전 아이들 학교에서 책읽기 행사를 해서 근처 몇개학교중 2등을 차지해 유타재즈의 농구선수한명이 학교를 방문하고 아이들을 격려했다.(이름을 들었는데 까먹었네...유명한 선수라던데...ㅡ.ㅡ)

그걸 알면서도, 게을러 이제껏 여기서 살며 티비도 제대로 안보고, 책도 제대로 안읽고...

이제부터라도 좀 해야지..

한국의 친구들이 종종 묻는다
"너 이제 영어 대빵 잘하겠다~부러워~"

그럼 난 대답한다.
"친구, 미국에 이백년을 살아도 영어한마디 못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나? 영어는 저절로 느는게 절대로 아니더만...."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