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케익도전기

Posted 2009. 2. 9. 01:09

<08년 4월 28일에 작성한 글입니다>

제목에 썼지만.. 난생처음으로 웨딩케익이란것에 도전을 하게 되었어요.

<<미리 말씀드리자면, 중간중간 들어갔으면 참 좋았을 사진이 많이 없어요. 혼자 만드느라 찍을 틈도 없었고, 카메라도 한번 태클을 걸어주었구요.. 이해해주시고 편한 마음으로 읽어주세요^^>>


우야튼, 아는 동생이 너무 갑자기 결혼날짜를 잡게 되어서 부랴부랴 준비를 하던 중, 웨딩케익이 보기에 별거 아닌듯 보이는것인데 500불을 달라고 했대요.

까암짝 놀라 저에게 연락을 했더라구요. 해줄수 없겠냐고...
사실 웨딩 리셉션의 꽃은 웨딩케익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는데 그런 중책을 저같은 아마추어에게 맡기다니.. 이 동생이 용감한건지 뭘 모르는건지 날 너무 과신한건지 모르겠더라구요.

그래서 일단 그래 해줄께.. 내가 결혼선물로 해주마 그래버렸네요.

처음엔 솔직히 좀 쉽게 생각했어요.
한 2단 올리고, 레이스짜기 해준다음 은구슬 좀 박아주고 맨 위에 꽃 조금 올리면 되지 않을까? 하구요.

그런 생각에 그 다음다음날 한번 만들어 봤어요.
이렇게요. 
 

만들어놓고 보니 생각보다 별로네요..
레이스짜기도 생각보다 잘 안되고.. 크림도 좀 거칠었지만.. 그래서 이방법은 일단 포기를 했지요.

그리고 머리속으로 고민하면서 싸이의 린 케익과 쿠키라는 클럽에서 전문가들이 만들어놓은 웨딩케익을 눈으로 보면서 열심히 연구를 하고 며칠이 흘렀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남편이 늘 중고가게를 즐겨 이용하는데 거기에서 혹시 도움이 될까..하고 사왔다며 책을 한권 내밀었습니다.

마샤 스튜어트 아줌마인지 할머니인지가 쓴 [웨딩]이란 책이었지요. 
 

50불 짜리 책인데 3불에 사왔다며 내밀었는데 죽 보니 오호~ 이거 참 잘 건져왔네..싶더라구요.
목차를 보면요, 
 

미국에서 결혼을 하면서 필요한 거의 모든 정보가 들어있더라구요. 나온지 10년정도 된 책인데 뭐 그리 촌스럽거나 그렇지 않고 이쁜 사진이 많았어요.

그 중 웨딩케익에 대한 섹션을 유심히 보았지요.

여러분도 케익사진 한번 구경해보세요 


 

아래 보이는 케익에서 제가 아이디어를 따왔어요.
처음사진은 70번 팁으로 바구니모양처럼 짜준거구요, 두번째 사진은 나뭇잎 팁(역시 70번 같아요)으로 나뭇잎처럼 윗쪽만 짜준건데요. 처음에는 두번째처럼 하려고 생각했다가, 처음 바구니모양으로 낙찰을 봤어요.
사진처럼 과일을 듬뿍 얹어도 좋았겠지만 오히려 꽃값보다 더 들게 생겼더군요..그래서 꽃으로 그것도 장미로 낙찰.^^ 
 

요 사진도 참 이쁘죠? 살구색 장미로 해서 이렇게 해줘도 화사하면서 단아한 맛이 좋은 것 같아요. 요것도 강력한 후보 중 하나였지요. 아마 가운데에 오아시스를 놓고 꽃을 꽂아주는게 아닌가..싶어요. 
 

이건 초코 코팅한 케익에 과일등을 얹어준 것이에요. 제 생각에 과일을 계란흰자에 굴린다음 설탕에 굴려준 것 같아요. 
 

심플한 맛이 나는 케익이죠? 내츄럴한 느낌으로 크림 바르고 꽃잎만을 이용해서 간단하게 장식해준 케익.. 이것도 참 이쁜 것 같아요. 
 

이건 4단으로 해서 푸른 느낌으로 채워준 케익이네요.. 여름에 야외에서 하는 결혼식이라면 이런것도 괜찮은 것 같아요. 
 

아, 그리고 참고하시면 좋은 책 한권 소개해드리자면요, 
 
윌튼사에서 나온 케익 데코레이션 책이에요. 팁과 함께 어떤 모양이 나오는지, 어떤식으로 장식을 해주는지 자세하게 안내가 되어있어서 많은 도움이 되실거에요^^ 한권쯤 갖고 계시면 좋을듯한 아이템이라 사료됩니다^^

자 이렇게 해서 전체적인 윤곽은 잡았습니다.
남편에게 진정으로 고마운 선물이었다고 이야기했지요(뿌듯해하는 남편…ㅋ)

그런데 걱정은 자꾸 됩니다.. 진짜 내가 해도 될까나.. 행여 분위기만 망치는건 아닌가..하구요.
그래서 예비부부를 불러서 이러이러하게 할 생각이다…진짜 괜찮겠냐.. 물어보고 확인을 받았죠.
물론, 해주세요..란 대답을 들었구요..ㅎㅎ

대신, 꽃값이 생각보다 좀 들어가겠드라..재료비는 좀 대려무나.. 했답니다.
그래서 재료값을 받고, 시장조사에 나섰습니다.

먼저 코스코. 꽃을 보러 갔는데, 제가 원하는 작은 사이즈의 장미는 없네요.. 중간사이즈 정도 되는 장미만..

다음, 마이클스.
되게 큰 케익틀이 보입니다. 오호.. 이만한 사이즈는 되야 쓰것구나.. 하고 집어들고, 맨 위에 올릴 케익 받침다리등을 사고 돌아왔습니다.
사실 조화를 쓸 생각도 했는데 아무래도 생화보다는 느낌이 떨어질 듯 해서 생화로 밀고 나가기로 했구요.

집에 와서 보니 케익틀이 너무 심하게 크네요.. 자세히 보니 16인치에요… 그래서 좀 더 작은 사이즈로 수정하기로 하고 다시 마이클스로 ..

14인치틀로 교환하고, 그 윗단은 집에 있는 10인치 쓰기로 하고, 맨 위는 8인치를 올리려다가 6인치로 정하고 틀을 사왔습니다.

케익 스탠드는 맨 위에 제가 연습삼아 만들었던 케익의 스탠드를 쓰기로 했지요. 티제이맥스에서 마침 딱 보이더라구요. 14.99.. 아싸~ 하고 집어들고 와서 어울리는 리본으로 교체할 생각입니다.

자 그럼, 케익스탠드 됐고, 케익틀 다 준비됐고, 모양도 대충 나왔는데.. 이 커다란 14인치 케익은 뭘로 받치나.. 케익스탠드보다 큰데..하고 고민을 했지요.

마사스튜어트 아줌마 책을 보니 케익보드를 쓰던데 그건 뭐냐.. 싶더라구요.

그리고 시간이 흘러 드디어 결혼식 3일전입니다.
다시 다른 마이클스로 가보았습니다.
어라, 다른 마이클스에서 못보았던 케익 보드가 보이네요.
두툼한 종이로 되어있고 위에는 은색 무늬 호일같은걸로 싸여있습니다. 사이즈별로 있구요.
16인치 사이즈로 정하고 샀습니다. 두장들어있고 값은 10.99정도 했던 것 같네요.

요렇게 생겼습니다. 
 

케익 서클이라고, 케익을 놓고 장식하고 옮길 수 있는 얇은 보드도 있어요. 
 

제가 아무생각없이 14인치 케익틀이니까 14인치짜리 케익서클을 샀는데요, 잘 보시면 12인치 케익을 홀드하는 거라고 써있어요.
왜냐하면, 크림을 바르고 장식이 들어가면 원 케익 사이즈보다 커지니까 그 여유분을 감안해서 사야하는거더라구요.. 다행히 전 아래 케익보드가 있으니까 그냥 쓰기로 했지요.

젤 아래 1단에 2단은 바로 올려주는데요, 꼭대기 3단은 스탠드로 세워준다고 그랬죠?
거기에 쓰이는 도구입니다. 
 

투명한 것이 있고, 하얀색이 있구요, 길이도 3가지인가..있으니까 필요한것으로 고르시면 되요.

이렇게 꽂을 수 있습니다. 
 

자 그래서 전체적인 케익은 이렇게 생길거에요. 
 

이제 결혼리셉션 전날입니다.
왜 제가 긴장이 되고 심장이 뛰는건지.. 먼저 부엌 설거지를 싹 하고 주변정리를 했습니다.
주변이 지저분하면 정신이 더 산만해지잖아요..

케익시트를 굽기 시작합니다.
다행인건, 얼마전 스탠드믹서 프로페셔널 600시리즈를 큰맘먹고 질렀거든요,
키친컬렉션이라는 곳에서 1년에 한번 키친에이드에서 나오는 리퍼비시드 제품(전시했거나, 요리쇼등에서 한번정도 사용한..)이 나오는데 싸게 팔더라구요.
6개월이내에 문제가 생기면 새 제품으로 교환해준다는 워런티도 주고..
그래서 6쿼터 575와트 프로페셔널 600시리즈를 세금포함 250불에 사왔습니다.

이제 이놈이 맹활약할 시점이 왔습니다. 뭐 그간 두어번 정도 식빵두개분량 정도 너끈히 반죽하는것 보고 반했지만요..ㅎㅎ

먼저 14인치 큰놈.. 계란 12개가 들어가는 양으로 시트를 구웠습니다(모든 레서피는 서진희님것이에요-www.seojini.com)

음..근데 시트 두께가 별로네요..
이넘은 그냥 깨부셔서 애들 줬습니다.

다음, 일단 10인치와 6인치 사이즈를 구웠습니다.
역시 계란 12개양으로 해서 반죽이 좀 남아 수플레틀까지 동원해서 구웠습니다.
얘네들은 좀 낫더군요..

다시 계란 15개 양으로 계산해서 14인치 틀에 구웠습니다.
아무래도 우리집 오븐온도가 좀 안좋은 것 같습니다. 서진희님 레서피에서 325도라고 했는데 온도가 아무래도 안맞는 느낌이네요.

다시 두번째 구운 넘도 그냥 먹기로 하고..(당분간 스펀지케익 풍년…ㅡ.ㅜ)
세번째는 거의 350도의 온도로 해서 다시 구웠습니다.
아 이제 좀 낫네요..

세번째 시트를 굽는 동안, 딸기를 씻어 슬라이스를 해놓고, 코스코에서 사온 휘핑크림 한통을 다 거품내기 시작합니다.
거의 마지막 단계에서 플레인 요거트를 섞어 요거트 생크림으로 만들었습니다.

시트를 식혀 슬라이스를 한 다음, 요기서 팁! 그냥 시트를 들어서 옮기면 십중팔구 부서집니다. 특히 사이즈가 클경우에는요..
그러니까 위에 보여드린 케익서클같은 것을 사이에 살살 집어넣어 들어올려주면 수월하고 깨끗하게 옮겨집니다.

자, 본격적으로 크림을 발라야겠습니다.
케익보드위에 케익서클놓고, 가장 아랫단 시트를 놓은다음 시럽(물:설탕=1:1로 끓인 것 혹은 2:1)을 발라주고 크림을 바릅니다. 슬라이스한 딸기를 놓고 다시 크림바르고 윗시트를 올려 크림발라 1단을 완성합니다.

2단도 같은방법으로 만들어 놓습니다.
3단도..

일단은 크림만 매끈하게 발라줍니다.

주변을 잘 정리한다음, 70번 팁을 이용해서 바구니모양을 옆에 다 짜줬습니다.

제가 위에 알려드린 윌튼에서 나온 책을 보시면 바구니모양짜는법이 잘 나와있어요^^

1단을 다 짜고, 2단을 짜니 아 이제야 요령이 좀 생기네요.. 그래서 3단까지 다 짠다음, 1단의 옆 크림을 싹 걷어내고 다시 모양을 짰습니다.

모든 작업을 무릎을 꿇고 했더니 무릎이 너무 아프더라구요(속된말로 아작나는 줄 알았어요..ㅜ.ㅜ)

그렇게 까지 해서 일단 냉장고에 넣었습니다.

저녁에 들어오는 식구에게 나무젓가락을 사오라고 부탁해서 그 나무젓가락을 1단 케익높이만큼 계산해서 잘 잘라 쿠킹호일로 싸준 다음 2단이 올라올 자리에 4개정도 꽂아줬어요.

왜냐하면, 케익의 무게가 묵직하다보니 윗 케익이 아래 케익을 지그시 하염없이 눌러줄 것 같더라구요.
이렇게 해주면 지지대가 될 듯 하여…^^

그리고 2단을 올려주고, 다시 냉장고에 넣었습니다.

휴.. 이렇게 까지 하니 시간이 약 6시간정도가 흘렀더군요..
생각보다 힘들고 시간도 걸리는 작업이었습니다.

마지막 일이 남았습니다. 바로 케익스탠드와 케익보드 옆면에 붙여줄 리본구하러 가기.
시간상 마이클스는 문을 닫았을 것 같고, 월마트로 갔습니다.

입구에서 보니 자그마한 흰꽃이 이뻐보디네요.. 그래서 두다발 사고(2일전에 타겟에서 이미 장미 24송이 두다발은 구입한 상태입니다), 리본코너로 가서 마땅한 것이 보이지 않아 그나마 나아보이는 흰색에 진주구슬이 주르륵 박힌 애로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케익보드 옆에 글루건으로 돌려 붙여줬습니다. 케익스탠드는 비슷한 다른 리본으로 둘러줬구요.

이제 완성이군요.

사진이 없어 죄송할따름입니다.. 그넘의 카메라.. 부시한테 돈받으면 카메라부터 지르던지…

꽃은 당일날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놔뒀습니다.


이제 당일.. 리셉션은 11시부터니까 최소한 10까지는 가야죠.
밤일하고 아침에 퇴근한 남편에게 조수석에 앉으라고 한 다음 케익아랫단 무거운애들을 무릎에 놓고, 젤 윗단은 손에 들게 한다음 나머지 짐을 트렁크에 싣고 출발했습니다.

평소에 내달려주던 습관을 버리고 최소한 살살..커브도 아주 부드~럽게…긴장 빡 하고 리셉션장에 도착..

리셉션장은 교회에요. 간소하게 하느라 별도의 리셉션장을 빌리지 않았어요.

손에 장갑을 끼고, 가위로 장미의 줄기를 잘라 꽂기 시작합니다. 

 
오른쪽에 갈색원피스아줌마가 접니다.^^

대충 다 되어갈무렵이에요. 딸아이가 품평을 하는 듯 보이네요..^^ 
 

꽃으로만 하니까 약간 서운한 마음이 들어 장미 잎을 조금씩 꽂아줘봤습니다. 한결 낫네요..
맨 위는 가운데 장미 한송이, 둘레에 작은 흰꽃을 둘러줘서 호일로 싼 다음 꽂아주었구요.

이제 완성했습니다. 
 

괜찮은가요?
아직까지도 전 걱정과 긴장상태입니다.

옆으로도 한번 찍어보고.. 
 

리셉션이 시작되고, 도착한 신랑신부가 너무 좋아해주더라구요..
자신들이 생각했던 것 보다 더 이쁘고 멋있다구요..너무 고맙다고..

아마추어가 이정도 하려니 저도 좀 고생했네요^^
그래서 공치사도 했습니다. 나 힘들었어…. 하고..하하….

촉촉한 시트에 요거트 생크림이 상큼해서 케익맛도 좋았대요..
제가 사는 곳은 한국식 생크림케익 살곳이 거의 없다시피 하거든요..
그래서 더 반가우셨나봐요 모두..^^ 
 

다행이다~ 생각하며 모든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길에 긴장이 풀리면서 삭신이 아파오더라구요.. 그래서 집에오자마자 입었던 옷을 그대로 허물벗듯 벗어던지고 2시간을 그냥 자버렸답니다.

힘은 많이 들었지만 보람있고 재미있는 경험이었구요, 저도 많이 배우는 계기가 되었답니다.
다음에 누가 또 부탁할일이 생길지는 모르겠지만, 다음에는 좀 더 잘할수있게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네요.

너무 긴 내용에 지루하셨지요?^^ 옆집아줌마 수다떠는거 들어줬다..생각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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