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만든 순대국
Posted 2009. 2. 17. 05:48이젠 하다하다 별걸 다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국에 살다보니 한국에서 살았을때는 생각도 안하던 것들을 많이 하게 되네요.
사실 전 순대국을 그닥 좋아하진 않지만 남편이 순대국을 좋아해요.
그리고 한국에 놀러갔을 적 친정아부지께서 병천 아우내장터에서 (순대로 유명하지요^^)순대국밥을 사주셨는데 그때 참 맛있게 먹었었어요.
냄새도 전혀 없구요.
집에서 순대를 만들다 보니 순대국을 좀 끓여보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일단 인터넷을 뒤져봤지요.
일단 국물을 내는 재료는 돼지 머릿고기 더군요.
다른 재료로 하기도 하는데 주로 머릿고기를 삶아서 국물을 내는것이 많았어요.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이지요.
여기서는 돼지머리고기를 구할 길이 없거든요. 적어도 제가 사는곳에서는요.
돼지 등뼈(목뼈)는 쉽게 구하는데요(멕시칸들의 식습관이 한국사람들과 아주 많이 비슷한 것 같습니다.멕시칸 마트를 가면 닭똥집에 족발,돼지껍데기,간,천엽까지 다 파니까요) 돼지머리고기는....
그래서 생각한것이 돼지 귀였습니다.
집근처 제법 큰 중국마트에서 돼지 귀는 팔거든요.
그래서 돼지 등뼈와 돼지귀를 사와서 파,마늘,생강,정향,청주를 넣고 5시간을 푹 고았습니다.
정면으로 보이는 얘네들이 귀에요.ㅎㅎ
사실 그닥 호감은 아닙니다.
뭐 하지만 시뻘건 고기덩어리 만지는거나 이거나 뭐 다른거 있겠어요?
그렇게 푹 고았는데 저에겐 좀 냄새가 나는 것 같더군요.
약간 당황했습니다.
감자탕을 끓일때는 된장에 갖은 양념을 하고 다시 푹 끓이니까 그걸 몰랐는데 냄새 없애는 여러가지를 넣고 고았음에도 그런 부재료가 안들어가니 냄새가 아무래도 좀 나겠죠.
귀는 따로 꺼내 썰어놓았구요,
징그럽다 하시면서 돼지머리고기편육은 드시는분들..
드시는 편육안의 하얀 오돌뼈가 바로 귀입니다요... 징그럽다 하지 마세요~^^
순대는 미리 만들어놓은것을 쓰기로 하고,
국에 넣어먹을 여러가지를 준비합니다.
일단 매운고추,청양고추를 쫑쫑 썰으시면 되요. 전 세라노페퍼라는 아주 매운 멕시칸 고추를 썼어요.
그리고 아주 중요한 빠지면 안되는 재료 들깨가루
들깨는 껍질 벗기지 않은 그냥 들깨를 거칠게 갈아서 썼어요. 향이 더 좋은 것 같더라구요.
그리고 새우젓. 이건 강경에서 직접 공수한 귀한 새우젓이에요^^
외갓집이 충남 논산인데 그 근처에 강경이 있거든요. 거기에 유명한 젓갈시장이 있지요.
친정 부모님께서 거기서 젓갈을 사다 드세요.서울에서 직접 내려가셔서요.
확실히 맛이 달라요. 특히 멸치액젓은!
파 송송 썰어놓은것도 곁들여야지요.
마지막으로 빠지면 안되는 다대기에요.
전 다대기는 전에 김치담그면서 남은 김치양념을 썼어요.
없으신 분들은 육수 국물에 고춧가루,마늘,맛술,국간장을 넣어 만드시면 될거에요^^
여기에 곁들이는 반찬으로 얼갈이 배추 된장 무침을 조금 해봤어요.
중국마트에서 보고 사온 얼갈이 배추를 된장양념을 해야하는데 뭐가 다르랴 싶어 만들어 놓은 쌈장에 버무려버렸답니다.
제법 맛이 괜찮던데요?^^
사실 된장에 이것저것 넣어 양념한거나 쌈장이나 뭐 많이 차이 나겠어요?(아닌가....)
이제 먹기위해 뚝배기에 따뜻한 고기(물론 귀 썰어놓은것과 고기붙은 등뼈하나)와 뎁힌 순대를 넣고 뜨거운 국물을 부었습니다.
여기에 다대기,새우젓,매운고추,파 듬뿍 얹었어요.
먹음직스러 보이나요?^^
여기에 반찬은 꼴랑 이거..
썰어놓은 순대랑 김치,고사리나물,멸치볶음만 더 놓고 먹었어요. 마치 식당같죠?ㅎㅎ
다대기 풀어 한숟갈 먹어보니 끓이면서 났던 냄새가 싹 없어졌네요.
전 솔직히 못먹을 것 같았는데(5시간 가까이를 계속 옆에서 냄새맡으며 끓였으니..) 이렇게 양념풀고 먹으니 구수하니 맛이 괜찮더라구요.
한국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지요?
이런날 펄펄 끓는 뚝배기안의 순대국 한그릇 잡수심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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